1. 흐르는 강물이고 싶어라  / 손미헌

끝없이 흐르는 강물이고 싶다고
모두가 흘러가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알지 못하는 곳
고인 물 썩어 가듯
상처 받은 마음 가두고
멈추어 버리면

가쁜 숨 몰아쉬는 강물
잡초 가득하고
들녘의 바람
제 갈 길을 모른다

순간의 바람 불어오면
파도치는 마음 물결
어둠을 가르고
밝은 빛 폴라리스 흘러가는
강물


2. 작은 불씨 하나  / 손미헌 
                                          
들녘 이름 모를 꽃처럼
피어난 줄
알았지요

바람 불어오면        
조용히 사라지는                                
이름 모를 꽃으로

조그마한 불씨 하나
창가에 놓으니
어느새 아지랑이 찾아
마른 들판으로

바람이 다가왔네
햇살 담은 강물같이
연두 빛 작은 물결
5월 장미


3.  그래도 행복 하였으면  / 손미헌

태양이 뜨는 날이면
언제나 비쳐오는 햇살이
당연하다 여겼지요
그녀와 가까워지기 전에는

그 집, 작은 의자에 앉아
풀 죽은 모습의 아이비가
나를 바라보며
눈시울을 적실 때
그만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지요

햇살 가득한 곳에서
기다리다 지쳐가는
나의 친구들이
내 눈을 어지럽게 합니다

내 마음 알았을까요
참을성 없는 바람이
어느새 작은 먼지만 남겨놓고
저만치 달려가고 있네요


4. 당신 오시는 날  / 손미헌
          
파주 벽초지 수목원
맑고 순수한 모습의 꽃들이
부끄러운 듯
내게 인사를 한다              
그 어느 날에는
산등성이 가득 물들였던
꽃들의 이름도
묻지 않았었지
초롱꽃, 금낭화, 산수국, 작약
이름도 알 수 없는 많은 꽃들과
깊이를 알 수 없는
연못의 작은 꽃들이  
해맑은 모습으로 맞이하는
그 순간들
노을 한 자락에 가득 담아
당신 오시는 날
서성이듯 마중하렵니다


5.  그날의 산수유나무처럼  / 손미헌
                        
푸른 물결을 지켜 주듯
줄지어 선 산수유나무
5월의 숲에서는
지난여름의 바닷가
세워놓은 모래성처럼
노란 꽃잎하나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의 손 가득했던
그날의
빠알간 산수유열매
앞집 울타리를 물들이고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었지

그날의 산수유나무
오늘, 서울 숲 가득한
사람들의 밝은 웃음
내일의 열정으로  
마음의 너그러움으로
출발하는
사랑, 평화의 길


-------------------

목원 손미헌
서울 출생
문학시대로 등단
백양문학회 회원
<공저> 들꽃과 바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