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짧은 해후 #

                                   이 용미

강 숲에서 떨며 기다리던 풀잎도
새 옷 입을 채비로 분주하고

부드러워진 흙 내음이
말을 걸어온다

누구에게라도 꿈을 꾸게 하는 봄볕
내 몸속 한기까지 밀어내고 있다

봄 하늘
그 아래 있으면 마음이 부시다
언제쯤이면, 아무 흔들림 없이 맞이할 수 있을까

꽃은 조용한데
마음만 요란한 것은
봄과의 짧은 해후 때문일까

설레임도 모르는 채
서둘러 지나는 봄바람

그 바삐 돌아올 봄님은
꽃을 다시 피울 수 있을까
지구는 점점 뜨겁게 달아오르는데......






#  기다림의 미소 #



      -설날 즈음에-

                                                   이 용미

올려다 보아도
내려다 보아도 어예쁜
춤을 추듯 걸어가고
말 한마디 오폐라가 되는
그 작은 몸짖이
잠자는 행복을 깨우고 있다

새까만 손녀의 눈빛이
자욱한 습기를 빨아들이니
내 가슴에 옮겨
깊숙이 넣어두고 싶어진다

새는 날개 짓으로
하늘과 땅을 오가며
그리움을 전해주고
돌다리도 이웃을 묶어준다

손에서 빠져나간 숱한 시간들
버려야 할 것을 아는 순간
나무는 붉게 타다
기다림으로 남는다

깊어지는 그리움
물위에 일렁이나
맑게 비워두리
그 끝에 내가 있음을 알고 있으리라



# 연두빛 청춘  #

                                     이 용미


그리운 것들이 잊혀지지도 사라지지도 않는
산첩첩 물첩첩
눈부심도 한나절 햇살 같다

어디쯤 가고 있나
세상 만사 다 내손에 있음을
그 곳이 아늑한 곳인 줄도 긴 시간이 지난 뒤에야 보인다

뜨거웠으되 서툴렀던 청춘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참아 못다한 말은 사람의 몪이라며
세월은 멈춰주지 않는다

흘러도 흘러도 줄어들지 않는 그리움의 무개
바닷물이 뒤척인다

욕망이 높이 매달린다

짙은 입김으로 바람부는 곳에 머리를 두면
들썩거리던 걸음도
가려진 시간 속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숲과의 대화 #

                                      이 용미

물기 머금은 숲
산비탈 에두르며
오늘은 무슨 말을 들려 줄 건가요

너무 서둘지 말자 구요
천천히 그 모든 것을 닮아가며
굽이도는 산길처럼
하나하나 꿰어 보자고 하네요

그리도 붉게 물든 마음
쏟아지는 소낙비에 적시지 말고
파도치는 리듬에 맞춰
오래된 나무에
꽃을 피워 보자고 하네요

나는 오늘 당신과 함께
신록을 보았습니다
발걸음마다 소리내며
당신을 놀라게 하고 싶어지네요



# 생며의 빛  #


                                           이 용미

문명의 발상지
유프라데스와 티그리스강의 발원지인
그곳엔
오르페우스 하프의 명연주도 같이 흐른다

패전한 전쟁터에서
병사의 시 한 줄이
국기로 상징되어
터키 하늘에 나부끼고 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나고
이슬람과 기독교가
부딪치며 만나는 곳
그 곳에서 차가운 물 한 모금 들이킨다

기쁜 소식 들고 멈출 수 없었던 사도들
그 찬란했던 요람이
물이 너무 맑아 고기가 잘살지 못한다는
지중해 바다에
피 빛으로 남아있다

어찌할거나
뒤돌아보고 돌아본다

대리석도 조각나는 사이로
비집고 올라온 들에 백합화
그 생명의 힘으로
우주는 돌고 있다



# 문학시대 신인상 등단
  시낭송가 . 시낭송지도자 . 한국 시낭송가 협회 회원
  한국 문인 협회회원. 백양 문학회.시대 문학. 광진문학 동인
  시 가곡 합창단 부단장
  동인지 ; 들꽃과 구름 . 버릴수 없는 것들 외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