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운정 연못에서

고 경 자


연화산
밝은 달이
산 등성을 넘는다

소나무가 풀어내는 음이온
적송들의 대화는
옛 선비들의
고즈녘함을 지세운 그림자였다

저자거리 풍경으로
가람집의 박 넝쿨은 흥부 박일까
아니면 선비 박일까

소박하지만 들뜨지 않고
고운 정을 나누던 관경들

숲속을 스치는
다수운 바람
거문고 연주 소리가
승운정 연못도 밤은 깊어
내 마음 내려 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