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회 원고 - 백양 문학회
글 수 1,490
임공빈
호 : 운산(雲山)
- 문학시대 신인상 등단
- 백양문학, 시대문학, 한국시낭송가협회 회원
- 시집 : '떡갈나무 잎새들처럼'
- 공저 : '들꽃과 구름 3, 4', '버릴 수 없는 것들' 외.
1. 천년의 미소
임 공빈
뉘 부르는 듯
가녀린 손 가슴에 얹고
금방 잠에서 깨어난
아이같은 앳띈 미소
백제의 숨결
천년을 순백의 순결로
흙속에 묻혀 있었던
슬프도록 아름다운 '석 보살'
송화가루 흩날리는 이 봄
뒷 뜰 감나무
하나 남은 까치밥처럼
외롭기만 한 너
나, 다시 태어난
더벅머리 머슴애라면
한번쯤 너와 같이 하룻밤
만리장성 쌓아 볼 것을.
2. 추억 속으로
임 공빈
거미줄 같은
낡은 기억 속
늘 옷깃에 달고 싶은
보석 브롯지 같은 추억들
마른 땅에
빗물 스며 들 듯
그 때 그 추억 속에
나를 맡기고
영혼의 허기를
또 다른 작은 몸짓으로
하늘 밑 풍경에
하루의 일탈
황홀한 횡단을 꿈꾼다.
3. 앓이
임 공빈
계절이
바뀌는 길목
어둠 저 편에서
태어나는 여명 속
아침 안개
풀잎에 흘리고 간
눈물 방울
실바람에 떨어지면
빈틈 없던 마음에
어느새 싸리 울타리 같이
헐거워진 틈새로
공허는 쌓이고
곁에 소중한 것 두고도
생의 원초적 외로움은
마음에 구명 뚫어
나는 낙엽처럼 계절 앓이 한다.
4. 어느 봄날
임 공빈
공원의 문을 봄이 활짝 열어놓았습니다
나는 무릎에 한아름 햇빛을 덮고
작은 길의 벤치에 앉아 있습니다
구름옷을 벗은 하늘은 웃고
나무와 햇빛도 길 위에서
해맑은 웃음을 쏟아냅니다
열어놓은 내 마음에도
바람이 웃음을
자꾸 불어넣어 줍니다
꽃과 새, 지나가는 사람들
세상의 모든것
웃고 있습니다
이렇게 빗장 열어놓으면
모두가
하나가 되나 봅니다.
5. 지중해의 달
임 공빈
날개도 없이
하늘을 새처럼 날아
지중해 물결위에
내가 꽃잎처럼 떠있다
크루즈 발코니 난간
유난히 크고 밝은 보름달
또 다른 모습으로
나를 황홀함에 취하게 한다
저 달 속에서
내 유년을 만나고
때론 남은 날들을
점 쳐 보기도 한다
먼 지난 날
별이 총총한 여름 밤
평상에 누워 아기 속살같은 바람
이마 스칠 때면
달과 별에게
내 마음 풀어 헤치고
꿈 빌었던 그 때 처럼
바다 저 쪽 그리운 이들의 안녕을 빌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