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제14회 전국 성인 시낭송대회 - 참가 신청 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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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 조지훈 |
참가자 이름 | 김복례 |
참가자 주소 | 원주시 문막읍 동화리 만도@ 106-409 |
참가자 전화번호 | 010-7203-8769 |
생년월일 | 1968-11-10 |
석문
조지훈
당신의 손끝만 스쳐도 소리 없이 열릴 돌문이 있습니다
뭇사람이 조바심치나 굳이 닫힌 이 돌문 안에는
석벽난간 열두 층계 위에 이제 검푸른 이끼가 않았습니다
당신이 오시는 날까지는
길이 꺼지지 않을 촛불 한 자루도 간직하였습니다
이는 당신의 그리운 얼굴이
이 희미한 불 앞에 어리울 때까지는
천 년이 지나도 눈 감지 않을
저희 슬픈 영혼의 모습입니다
길숨한 속눈썹에 항시 어리운
이 두어 방울 이슬은 무엇입니까?
당신의 남긴 푸른 도포 자락으로
이 눈썹을 씻으랍니까?
두 볼은 옛날 그대로 복사꽃 빛이지만
한숨에 절로 입술이 푸르러 감을 어찌합니까?
몇 만리 굽이치는 강물을 건너와
당신의 따슨 손길이 저의 목덜미를 어루만질 때
그때야 저는 자취도 없이 한 줌 티끌로 사라지겠습니다
어두운 밤 하늘 허공 중천에
바람처럼 사라지는 저의 옷자락은
눈물 어린 눈이 아니고는 보이지 못하오리다
여기 돌문이 있습니다
원한도 사무칠 양이면
지극한 정성에 열리지 않는 돌문이 있습니다
당신이 오셔서 다시 천 년토록 앉아 기다리라고
슬픈 비바람에 낡아가는 돌문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