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도에서
조갑조
뭍으로 떠난 배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김씨네 가족들은 식당에서
고씨네 가족들은 보건소에서
모두들 목을 늘여 창밖을 바라본다
파도는
질퍽한 삶을 토해내며
외딴섬 미래를 차곡차곡 쟁여가고
청산도에서는
인연의 실타래가
*서펀제 바람으로 불어온다.
* 서편제 : 판소리 창법의 한 유파로 음색이 곱고 애절하며 주로 섬진강 서쪽지방에서 많이 불러 서편제라고 함.